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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강한 유희왕 플레이어의 특징(feat.기댓값)

Merrill 2024. 8. 21. 12:00

 

오늘은 조금 다른 각도에서 카드 게임을 바라보고자 합니다.

 

 

장기, 바둑, 체스 등과 달리, 무작위 요소가 포함된 보드게임은 기댓값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대표적으로 마작의 '패효율'이라는 개념이 그렇습니다.

 

무엇을 버릴까 그것이 문제로다...

 

 

굳이 보드게임의 세상이 아니더라도 복권이나 보험 등 일상생활에서도 기댓값을 마주치는 상황은 많습니다.

 

그렇다면 카드 게임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런 중요한 개념을 유희왕에도 적용해 보는 것이 게임의 이해에 도움 되지 않을까요? 도전해 볼 가치는 있어 보입니다.

 

 

기댓값이란

 

기댓값은 '어떤 확률적 사건에 대한 평균'이라는 의미를 가집니다(위키피디아).

 

구체적인 계산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여기서 i란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을 말하고,

p(i)란 i가 일어나는 확률

x(i)란 i가 일어났을때 얻는 이득을 말합니다.

 

즉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 i를 상정하여, 확률*이득을 합하면 기댓값을 얻을 수 있다는 거죠.

 

 

간단한 예를 들어보죠. 당신의 친구가 ① 30%의 확률로 2만원을 당신에게 주고 ② 나머지 70%의 확률로 1만원을 빼앗아 가는 게임을 제안한다고 해봅시다. 이 게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까요?

 

p(①) = 0.3    x(①) = +20,000

p(②) = 0.7    x(②) = -10,000

 

기댓값 = p(①) x(①)  + p(②) x(②) = 0.3*20,000 + 0.7*(-10,000) = -1,000

 

이 게임의 기댓값은 -1,000원이므로, 당신이 평균적으로 천원 손해를 본다는 뜻입니다. 이런 게임에는 응하지 않는 편이 좋겠죠. 덤으로 이런 친구는 멀리하는 편이 좋아 보입니다.

 

 

이처럼 기댓값을 계산하는 것은 확률이 개입하는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 데에 있어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유희왕에서의 이득

 

앞서 살펴본 개념을 유희왕에 대입해 봅시다.

 

돈따먹기 게임에서는 얻는 돈의 액수를 x로 설정했기에 손익을 쉽게 비교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듀얼에서의 '이득'이란 무엇일까요? 듀얼의 기본적인 목표는 승리입니다. 승리에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를 수치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걸 x로 설정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드'의 개념입니다. 아드란 어드밴티지(advantage)의 줄임말로, 보통은 패와 필드의 카드 매수의 합을 말합니다. 게이트볼에서는 특히 아드의 관리로 게임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드를 빼앗고 빼앗기는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곤 합니다.

 

상대방은 세트 카드 2장, 이쪽은 1장...

 

이번엔 유희왕에서의 예시를 봅시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패의 <싸이크론>을 발동하는 것이 좋을까요?

 

 

크게 2가지 경우의 수로 나누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① <싸이크론>으로 찍은 상대의 카드가 <싸이크론>일 경우 

② 그 외의 경우

 

 

①의 확률이 약 10%라고 가정하면

 

p(①) = 0.1    x(①) = -1 (상대방이 <싸이크론>을 발동하여 <나락>이 파괴되므로)

p(②) = 0.9    x(②) = 0 (1:1 교환이므로 아드 이득 없음)

 

기댓값 = 0.1*(-1) + 0.9*0 = -0.1

 

 

즉 위의 상황에서 <싸이크론>의 발동은 평균적으로 아드를 0.1 손해 보는 장사이므로 안 하는 편이 좋다는 계산입니다.

 

 

유희왕을 잘하기 위해선

 

카드 게임은 운도 물론 중요하지만, 주어진 여러 개의 선택지 중에서 최선의 하나를 빠르고 정확하게 골라내는 실력 또한 중요한 요소입니다.

 

최선의 선택지란 기댓값이 가장 높은 선택지라고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정확한 기댓값을 매번 암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상대방의 덱리스트와 플레이스타일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닌 한 말이죠.

 

따라서 플레이어로써 보는 기댓값이라는 건 정확히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추정하는 값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추정 기댓값이 실제 기댓값과 가까울수록 강한 플레이어"

 

※ 극단적으로 단순화한 이미지입니다

 

 

기댓값을 추정하기 위해서는 결국 그 계산을 위해 필요한 재료인 p와 x의 추정이 필요하게 됩니다.

 

 

P의 추정

 

앞서 <싸이크론>의 예시에서 상대방의 세트카드가 <싸이크론>일 확률 p를 10%로 두었습니다. 이것은 상대방 덱에 대한 정보가 아예 없는 경우 마법/함정카드가 20장 투입되었다고 생각하고 그중 2장이 <싸이크론>으로 본 수치입니다.

 

 

만약 상대방의 덱이 《히어로비트》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어떨까요?

 

히어로는 다른 덱에 비해 마법/함정카드가 더 많이 투입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세트카드가 <<싸이크론>>일 확률을 하향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자신이 히어로에 익숙해서 상대방 덱의 마법/함정카드의 매수를 거의 정확히 맞출 수 있다면 어떨까요?

 

p를 높은 정밀도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만약 최근의 히어로 덱 구축 트렌드가 마법/함정 비율을 줄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어떨까요?

 

p의 추정치를 약간 상향 조정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이 p의 추정에는 환경에 대한 지식, 메타의 유행, 각종 정보와 카드카운팅 등이 작용합니다. 한마디로 상대의 덱을 잘 아는 플레이어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X의 추정

x는 반대로 자신의 덱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론 파이어 블로섬>을 통과시켰을 때 어떤 전개 루트를 사용하면 아드를 몇 장 벌 수 있는지, 미리 알아 두는 것이 정확한 기댓값 추정으로의 첫걸음이 됩니다.

 

즉 자신의 덱을 운영하는 숙련도가 리턴의 계산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아드의 한계

 

이것으로 유희왕이라는 게임의 해법을 발견했다! 고 말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x를 아드로 놔도 되는가?'에 대한 부분입니다.

 

x가 승리에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라면, 일반적인 아드 외에도 라이프 포인트 우위, 덱에 남아 있는 리소스 양, 필드 템포 등 고려해야 할 요소는 더 많습니다. 아드뿐만 아니라 이러한 요소들도 모두 포함하여 어떤 플레이가 듀얼을 얼마나 승리로 가까워지게 하는지 판단해야 하는 것이죠. 이중에는 수치화하기 곤란한 것들도 있기에 더욱더 플레이어의 감각이 중요해지게 됩니다.

 

그럼에도 듀얼에서는 순수하게 아드만이 중요한 국면들도 있기에 기댓값의 추정은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제 견해입니다.

 

 

 

마치며

 

'좋은 플레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글로 구체화하는 데에 조금 애를 먹었습니다. 불필요하게 복잡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이런 사고방식도 가능하구나~라는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받아들이셨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이 글에서 주저리주저리 설명한 내용은, 숙련된 플레이어라면 누구나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정량적이로든 정성적으로든 다들 하고 있던 계산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으로는 자신의 덱을 알고 상대의 덱을 알면 강한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는 뻔한 말이 되겠지만, 그 말에 숨겨진 수치적인 의미에 대해 곱씹어보았으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다음에는 기댓값과 쌍벽을 이루는 편차(deviation)와 리스크 헤지에 대해서 다룰 수 있으면 좋겠네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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